[MDPI 로그파일 #023] 육아 정보 뒤적이다 읽은 기사, 스크린 타임은 정말 아이 머리에 독일까?

[2026.10.09] 최근에 블로그 업데이트가 뜸해진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간중간 일이 많이 겹치다 보니 블로그 글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오늘은 잠시 짬이 생겼는데, 자료 준비에 시간이 좀 걸리는 내 마음대로 Lab 시리즈 대신 최근에 읽은 아이들의 스크린 타임(Screen Time, 화면 노출 시간)에 대한 뜻밖의 기사를 포스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나 자신이 육아 삼매경이다 보니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그리고 슬금슬금 정정되고 있는 옛날 지식들을 열심히 흡수하는 중인데, 그러던 와중에 핀란드 연구진이 내놓은 결과를 다룬 기사를 만났다. 이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스크린 타임 하면 부모들 머릿속에 깔린 공식은 거의 정해져 있다. 화면 오래 보면 머리가 썩는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생각하는 힘이 줄어든다. 솔직히 나도 별 의심 없이 그 공식을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기사는 그 공식과 정면충돌한다.

연구의 정체는 핀란드의 PANIC(Physical Activity and Nutrition in Children) 연구라는, 아이들의 신체활동과 영양을 오래 추적하는 프로젝트다. 핀란드 쿠오피오의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6~9세)로 시작해서 8년을 따라갔고, 평균 15.8세가 된 청소년 260명을 컴퓨터 기반 인지 검사로 테스트해서 분석했다. 결과는? 어릴 때부터 스크린 타임이 누적된 아이일수록 청소년기 인지 처리 능력이 오히려 더 좋게 나왔다. 더 나쁘게가 아니라 더 “좋게” 말이다. 연구를 이끈 Petri Jalanko 연구원 본인도 이 결과를 가장 놀라운 점으로 꼽았다고 한다. 상식과 데이터가 정면충돌하는 순간이라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이런 게 제일 재밌다고나 할까? 디버깅하는데 코드는 멀쩡한데 결과값이 이상할 때의 그 느낌이랄까 ㅎㅎ

그럼 대체 왜? 솔직히 ‘왜’에 대해서는 연구진도 확답을 못 한다. 논문이 내놓은 추정은 이렇다. 이 연구에서 말하는 스크린 타임은 TV·영상 시청, 컴퓨터, 비디오 게임, 휴대폰, 모바일 게임을 전부 합친 값이다. 그 안에는 숙제나 글쓰기, 게임처럼 머리를 쓰는 활동도 섞여 있을 테니 그게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거다. Jalanko 연구원도 화면을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뭔가를 만들고 배우는 쪽으로 쓰게 해주라고 조언한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이 연구는 콘텐츠 종류별로 나눠서 측정한 게 아니다. 그러니까 ‘멍하니 보는 영상은 별로고 머리 쓰는 건 좋다’는 구분은 데이터가 증명한 게 아니라 연구진의 가설이자 권고에 가깝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이건 관찰 연구라서 ‘연관성’만 보여줄 뿐 ‘원인’은 증명하지 못한다. 원래 인지 능력이 좋은 아이가 화면을 더 쓰는 걸 수도 있고, 가정환경 같은 제3의 요인이 둘 다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음… 약간 “에어컨 소리가 커질수록 전기세가 오르지만 소리가 전기세를 올리는 건 아닌 것처럼, 둘 다 컴프레서가 열심히 돌아서 생긴 결과일 수 있으니까” 라는 정도라면 이해가 좀 더 잘 되려나 모르겠다. 여튼, 연구팀이 나이, 성별, 부모 학력, 시작 시점의 비언어 추론 점수는 물론 체지방과 사춘기 진행 정도까지 보정해 봤는데도 결과는 유지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모든 변수를 완벽히 걸러냈다고 말할 수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숫자를 들여다보면 흥분이 조금 가라앉는다. 스크린 타임과 종합 인지 점수의 표준화 회귀계수(β)가 0.187인데, 논문 스스로도 0.10~0.29를 ‘작은 효과’로 분류한다. 있긴 있는데 크진 않다는 뜻이다. 어떤 부분이 좋았느냐 하면, 직전(혹은 두 번 전)에 본 것과 지금 본 것이 같은지 판단하는 식의 작업기억 테스트에서 반응 속도가 더 빨랐고 종합 점수도 높았다. 정확도나 주의력, 연상 학습 쪽은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모든 인지 능력이 좋아졌다’가 아니라 ‘속도 쪽에서 약간의 차이가 보였다’ 정도다. 또 남학생보다 여학생 쪽에서 더 뚜렷했고, 남학생은 종합 점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이’의 기준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높다. 16세 무렵 아이들이 스스로 보고한 하루 평균 스크린 타임이 약 345분, 그러니까 5시간 45분이다. 학교 가고 밥 먹고 자고 나면 남는 시간이 대체 얼마나 된다고…;; 어쨌든 그렇다고 이 숫자를 보고 ‘하루 6시간 가까이 보여줘도 괜찮구나’라고 읽으면 곤란하다.

연구가 못 다룬 부분도 많다. 첫째, 인지 검사를 청소년기에 딱 한 번만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와 비교한 변화는 알 수 없다. 둘째, 스크린 타임은 센서가 아니라 설문, 즉 자가보고다. 시작 시점과 2년 차에는 부모가, 8년 차에는 아이 본인이 답했다. 기사만 읽으면 기기로 쟀나 싶은데, 심박·움직임 센서는 신체활동과 앉아 있는 시간을 재는 용도였다. 기억 오차나 ‘좋게 보이려는’ 응답 편향이 끼어들 수 있다 라는 소리가 된다. 셋째, 누적 노출량도 시작·2년·8년, 총 세 번의 측정으로 추정한 값이다. 넷째, 앞서 말했듯 콘텐츠 구분이 없다. 다섯째, 시작할 때 512명이던 아이들이 8년 뒤엔 277명(약 54%)만 남았고, 끝까지 남은 아이들은 시작 때 활동량이 더 높은 편이었다. 대표성에 한계가 있다. 여섯째, 핀란드의 한 도시 아이들이라 환경이 다른 곳에 그대로 옮겨도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가 본 건 인지 검사 점수뿐이다. 수면이나 기분, 시력 같은 건 이 연구의 범위 밖이다.

신체활동 쪽 결과도 흥미롭지만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센서로 잰 활동량과 앉아 있는 시간은 전체로 보면 인지 점수와 의미 있는 관계가 없었다. 설문으로 답한 ‘조직적이지 않은 자유 신체활동’이 많을수록 작업기억 정확도가 낮게 나온 결과는, 다중 비교 보정을 거치고 나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저자들도 조심해서 해석하라고 적었다. ‘운동하면 오히려 머리가 나빠진다’는 소리로 읽으면 또 안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결과를 우리 아이에게 어디까지 적용해야 할까? 일단 이 연구의 대상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청소년까지다. 영유아가 아니다. 우리 아가한테는 아직 한참 먼 이야기다. WHO(2019) 권고는 1세 미만 영아는 스크린 타임을 권장하지 않고, 1세도 앉아서 화면 보는 시간은 권장하지 않으며, 2~4세는 하루 1시간 이내(적을수록 좋다)다. 이 핀란드 연구가 그 권고를 뒤집는 근거는 못 된다. 이 연구가 나한테 주는 건 ‘화면은 무조건 독’이라는 단순한 공식을 조금 풀어줘도 된다는 정도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시간의 양만이 아니라 뭘 하느냐도 같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건 연구진의 권고이지 데이터가 직접 증명한 건 아니라는 점은 감안하고.

확실히 신기하긴 하다. 상식이라고 믿던 게 이렇게 한 방에 흔들리는 걸 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도 맞지만 ‘안다고 믿던 게 틀릴 수도 있다’가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단, 이 말이 ‘그러니 마음껏 보여줘도 돼’로 읽히면 곤란하다. 결국 극단적인 쪽보단 밸런스를 잘 잡아주는 게 답인 듯하다.

아 이런 ㅠ 아기가 다시 운다. 요즘 이가 나려는지 잠자는 스케줄이 영… 메롱하다.

확실히 계속 느끼는 거지만, 적응했다 싶으면 어김없이 새로운 걸로 나를 맞이해 주는 우리 아가. 힘들고 피곤하고 잘 몰라서 어렵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쑥쑥 크는 모습을 보면 이런게 기쁨이구나 싶다. 거기에 추가로 나도 같이 성장(?)해 가는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육아 모드 전환) 강제 시스템 다운 중.
MDPI, Signing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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