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PI 로그파일 #014] DARPA의 SYMPHONEE 프로젝트: 핵폐기물의 재해석

[2026.06.18] 내 이전 포스트에서 학부 시절 핵공학에 관심이 있어 전공까지 바꿀 생각을 하며 전공 수업을 몇 개 들었다는 이야기를 잠시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깊이 있게 알지는 못했지만 이런저런 엉뚱한 생각들을 참 많이 했었다.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재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핵폐기물이 문제가 되는 이유가 자체적으로 품고 있는 에너지가 여전히 너무 많이 남아있어서 방사능을 뿜어대기 때문일 텐데, 애초에 발전할 때 그 에너지를 쪽쪽 뽑아써서 폐기물의 에너지 레벨을 낮춰버릴 수는 없을까?’ 같은 생각들이었다.

요즘 이런 로그파일을 쓰면서 매번 동일한 이유로 참 신기하다 느끼지만, 내가 과거에 했던 낙서 같은 상상들을 기어코 현실의 영역으로 끌고 내려와 현실화시키는 사람들이 (역시나) 세상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좀 전에 딸아이 분유 병을 물리고 다른 한 손으로 ‘한 손 신공’을 써가며 스마트폰으로 테크 기사를 읽던 중 내 눈길을 사로잡은 내용이 바로 그랬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기획국(DARPA)이 핵폐기물의 방사성 붕괴, 그러니까 Radioactive Decay 에너지를 역으로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SYMPHONEE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는 소식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원리는 방사성 물질이 스스로 안정적인 상태로 변해가는 과정인 ‘방사성 붕괴’ 때 뿜어져 나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을 포획해 전력으로 변환하는 것이다.언뜻 들으면 몇 년 전 테크 판을 달궜던 ‘다이아몬드 배터리’와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결이 좀 다르다. 다이아몬드 배터리는 폐기된 원자로의 흑연에서 탄소-14를 추출해 인공 다이아몬드로 감싸 미세한 베타선을 전기로 바꾸는 소형 전지 개념이다. 반면 DARPA의 SYMPHONEE 프로젝트는 스트론튬-90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붕괴 에너지를 실리콘 카바이드(SiC) 기반의 특수 구조로 직접 포획해 전력으로 변환하는 소형 마이크로 전력 시스템이다. 우주, 심해, 극지방, 군사 원격 센서 같이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충전하러 갈 수 없는 극한 환경에서 수십 년간 무연료로 전력을 공급하는 게 목표다.

현재 이 기술을 가장 시급하게 적용하려는 분야는 단연 우주다. 심우주 탐사선이나 군사 위성들이 태양광 패널에만 의존하기엔 그림자가 지거나 심우주로 나갔을 때 에너지 공백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기존 우주선용 원자력 전지를 쓰자니 플루토늄-238 같은 극도로 희귀하고 비싼 연료만 써야 했다. SYMPHONEE는 그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처치 곤란인 방사성 동위원소를 재활용해 지속 가능한 소형 전력원을 만드는 방향으로 빌드업 중이다.

물론 상용화로 가는 길에 공학적인 난제가 수두룩하다. 가장 어려운 점은 고에너지 방사선 입자를 전력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열과 방사선이 내부 반도체 회로를 튀겨버린다는 것이다. 이 가혹한 환경을 견디는 방사선 경화 소재와 변환 효율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찾아가는 것이 현재 DARPA 앞에 놓인 숙제인 듯하다. 이 벽만 넘는다면 미래에는 우주 정거장, 화성 기지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극지방이나 심해 기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배터리 걱정 없이 에너지를 뽑아 쓰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방사…’ 어쩌고 하는 단어만 들으면 무조건 “위험 물질!! 악마의 기술!!”이라며 본능적으로 거부감부터 드러낸다. 그건 여기 미국이나 한국이나 매한가지일 거다. 사실 대중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나도 100% 인정한다. 미디어가 오랜 세월 동안 원자력의 어두운 단면과 재앙적인 시나리오만 집중해서 보여주며 공포를 마케팅해 온 영향이 크니까. (나중에 이것도 시리즈로 다뤄보면 꽤 재밌을 것 같다.)

물론 원자력 기술이 절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기술이든 내재된 위험 요소가 있고, 사고 시 피해가 무시무시한 건 엄연한 팩트다. 허나 누군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낀다고 했던가? 나는 인간이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의 상당 부분은 대상을 정확히 ‘알지 못함’에서 오는 공포라고 생각한다. 뭐 물론 원리를 다 알고도 무서운 치과 치료 같은 건 나도 무섭긴 하지만. ㅋㅋㅋ

여튼 어서 저런 방사성 붕괴 에너지 포획 기술이 완벽하고 안전하게 발전해서 제발 핸드폰 배터리 충전 좀 그만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 폰 쓴 지 이제 벌써 3년이 다 되어가서 그런가, 완충을 해놔도 하루는커녕 12시간도 못 가고 허덕이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더라. 최근에 EU에서는 환경 규제 때문에 앞으로 제조사들이 무조건 스마트폰에 교체형 배터리를 달고 나와야 한다는 법안이 통과됐는데, 2027년 2월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조만간 이 흥미로운 유럽발 규제 트레이드오프에 대해서도 자료 좀 찾아보고 내 생각을 정리해 올려봐야겠다. (찬양하라 교체형 배터리여!)

여튼 끄적이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 몇 시간 후면 멕시코와의 월드컵 2차전이다. 미국에서 한국 축구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보려면 VPN부터 미리미리 세팅해 놔야 하는데, 왠지 이런 데 돈 쓰는 건 싫어서 무료 VPN 열심히 찾아봐야지. ㅎㅎ

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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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PI, Signing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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