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8] SpaceX의 정식 상장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대중의 우주에 대한 관심이 역사상 지금보다 더 뜨거웠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SpaceX뿐만 아니라 경쟁 기업이라 불리는 블루 오리진(Blue Origin) 또한 최근 테스트 중 발생한 엔진 폭발 사고로 본의 아니게 이 관심에 (말 그대로) 🔥불을 지피는 데 한몫하고 있고 말이다.
나는 성격상 남들이 다 한쪽을 바라볼 때 자꾸 다른 방면을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엔지니어로서 새로운 시각을 줄 때도 있지만,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 때도 많다. 요즘처럼 온 세상이 우주 대항해 시대를 외치는 흐름 속에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봤다. 우주 좋다. 진짜 낭만 있고 멋지다. 나 역시 전공이 전공이었던 만큼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분야다. 근데, 우리 발밑에 있는 바다라는 자원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더 정확히는 ‘해저(Deep Sea)’ 말이다.
지구 표면의 70.8%가 바다로 덮여 있다는 건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육지보다 훨씬 넓은 면적인데, 막상 인류는 이 거대한 영역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아는 것도 거의 없다. 실제로 달이나 화성 표면은 지형 지도가 거의 완벽하게 확보된 반면, 지구 해저는 2024년 기준으로 겨우 26% 남짓만 고해상도로 매핑되었을 뿐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딱 이 상황이다.
당연히 해저 탐사가 쉽다는 소리는 아니다. 수심 200미터만 내려가도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고, 수천 미터 아래의 심해는 모든 것을 찌그러뜨리는 어마어마한 수압이 버티고 있다. 인간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한 환경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우주는 뭐 어서 오라고 손짓이라도 하고 있었나? 우주는 공기도 없고, 영하 270도의 극저온에, 몸에 치명적인 방사선이 쏟아지는 잔인한 곳이다. 이래나 저래나 인간이 맨몸으로 못 가는 건 매한가지고, 가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것도 똑같다. (물론 발사 비용을 혁신적으로 깎아 나가는 SpaceX가 대단하긴 하지만, 여전히 일반인에겐 안드로메다 같은 금액이다.)
냉정하게 득실을 따져보면 해저 탐사가 주는 메리트도 우주 못지않다. 심해에는 현대 첨단 반도체와 배터리에 필수적인 망간 단괴, 희토류 같은 광물 자원이 노다지로 깔려 있다. 게다가 우주 기지를 짓는 것보다 해저에 연구소나 거주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지구의 중력과 풍부한 자원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현실적인 이득이 크다.
최근 테크 판을 보면 바다를 쓰는 방법도 꽤 업데이트되고 있다. 바다 표면 위나 수중에 데이터 센터를 배치해 바닷물로 자연 냉각을 시키는 프로젝트들이 대표적이다. 전력 소모의 주범인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영리한 트레이드오프다. 해상 풍력이나 파력 발전을 결합한 자급자족형 인프라 기술들도 계속해서 빌드업되고 있고 말이다.일부 학자들은 비슷한 맥락에서, 당장 인간이 살 수도 없는 황량한 화성에 수조 달러를 쏟아붓는 것보다 지구 환경을 복구하고 아직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바다를 탐사하는 데 그 자원을 쓰는 것이 인류의 생존에 훨씬 시급하고 이롭다고 주장한다.
내가 해양 전문가가 아니니 이런 생각들이 방구석 엔지니어의 허무맹랑한 소리일 수도 있다. 허나 참 신기한 것이, 당시에는 뜬구름 잡는 것만 같았던 황당한 생각들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누군가는 기어코 실천에 옮겨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있더라는 점이다. 물론 상용화가 되느냐 마느냐는 또 완전히 다른 공학적·경제적 영역이겠지만. 여튼, 남들 우주 갈 때 혼자 심해 깊숙한 곳을 상상해 보는 것도 나름 재밌는 취미 생활이니 그냥 계속 끄적여보련다.
보글보글 언더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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