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7] 요즘 신기하게도 내가 예전에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것들이 조금씩 현실이 되는 걸 자주 보게 되는 것 같다. 어제 포스팅했던 SMR도 그렇고, 오늘은 무심코 뉴스를 보다가 NASA의 X-59가 드디어 마하 1.1 (정확히는 마하 1.077)을 찍는 데 성공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항공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마하 1.1이 왜 대단하다는 거지?” 하고 감이 안 올 수 있다. 이미 마하 2를 가뿐히 넘나드는 전투기들이 하늘에 깔린 게 2026년 현재의 현실이니까. 하지만 X-59가 특별한 이유는 속도가 아니라, 이 녀석이 ‘조용한 초음속 비행기’라는 점에 있다.
기사를 읽다 보니 대학 시절 학과 프로젝트로 밤을 새우던 기억이 흐리멍텅하게 스쳐 지나갔다. 내 기억이 맞다면 당시 과제가 존재하는 기술들을 리서치해서 초음속(Supersonic) 비행 기체의 항력(Drag)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찾고, 왜 그게 가능한지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때 밤새 논문들 뒤져가며 당연한 기술부터 별의별 특이한 아이디어까지 다 찾아봤었다.
그중 기억에 남았던 기술이 하나 있다. 기체 표면에 수많은 미세한 구멍(Micro-perforations)을 뚫어서 그 안으로 공기를 빨아들이거나(Suction) 새로운 기류를 흘려보내, 날개 표면의 거친 난류를 매끄러운 층류(Laminar flow)로 강제 전환해 항력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었다. 학계에서는 이걸 HLFC, 하이브리드 층류 제어 기술이라고 부른다. (한 번에 당당히 기억났으면 좋았겠지만 나도 검색해 보고 나서야 제대로 떠올랐다는… 하하) 그때 혼자 속으로 이런 생각도 했었다. ‘항력 줄이는 것도 좋은데, 초음속 돌파할 때 소닉붐(Sonic Boom)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방법은 없으려나?’ 라고 말이다.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록히드 마틴과 NASA의 대답이 이 X-59 QueSST(Quiet SuperSonic Technology)다.
이 녀석의 개발 역사를 뜯어보면 생각보다 깊다. NASA가 록히드 마틴의 비밀 개발 부서인 ‘스컹크 웍스(Skunk Works)’와 손을 잡고 제작을 시작한 게 2010년대 후반이었다. 원래 계획보다 일정이 조금씩 밀리다가 드디어 최근 실제 비행 테스트에서 마하 1.1을 마크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거다.
X-59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하다 못해 기괴할 정도로 길쭉한 외형이다. 기체 전체 길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저 뾰족하고 긴 코(Nose)가 핵심 디자인이다. (🤥 코가 길어 슬픈 동ㅁㅜㄹ…아 목이 길어 🦒슬픈 이지;;) 일반적인 초음속 기체는 충격파들이 하나로 뭉쳐지면서 지상에 “콰쾅!” 하는 천둥 같은 소닉붐을 내리꽂는다. 반면 X-59는 충격파가 한데 모이지 않고 기체 곳곳으로 분산되도록 형상을 정밀하게 디자인했다. 덕분에 지상에서 들리는 소리가 쾅 소리가 아니라, 자동차 문 닫는 정도의 둔탁한 저음(약 75dB)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소닉붐을 ‘소닉 떰프(Sonic Thump)’로 만들어버리다니…
이런 기술을 보면 자연스럽게 인류 최초이자 마지막 상용 초음속 여객기였던 콩코드(Concorde)가 떠오른다. 콩코드는 당시 시대를 수십 년 앞서간 기술의 아이콘이었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치명적인 걸림돌이 많아 결국 역사 속으로 씁쓸하게 사라졌다.
초음속 돌입 시 양력 중심이 뒤로 이동하면서 기수가 아래로 쏠리는데, 이를 잡으려고 연료를 앞쪽 탱크에서 뒤쪽으로 펌핑해 무게중심을 맞추고 감속할 때는 다시 앞으로 퍼 나르는 복잡한 제어 메커니즘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사형선고는 역시 ‘소닉붐에 의한 규제’였다. 소음 피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이 자국 영토 내륙 상공에서는 콩코드의 초음속 비행을 법으로 전면 금지해 버렸다. 결국 대서양 노선에서만 강제로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으니, 노선 확장성이 떨어져 흑자를 낼래야 낼 수가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최근 테크 판을 보면 콩코드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스타트업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붐 슈퍼소닉(Boom Supersonic)이라는 곳에서 ‘오버처(Overture)’라는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 중이고, 실제 테스트기도 띄우며 빌드업 중이다.
만약 지금 NASA가 X-59로 다듬고 있는 이 저소음 초음속 기술이 민간 여객기에 고스란히 적용된다면, 조만간 내륙 상공도 마음껏 내달리는 초음속 여객기 시대가 진짜로 부활할지도 모른다. 마하 1.7 수준으로만 날아줘도 미국 서부에서 한국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 비행시간이 단 5~6시간 안쪽으로 뚝 떨어질 거다. 비행기 안에서 영화 두 편 보고 기내식 먹으면 한국 도착이다. 확실히 삶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긴 하겠다.
허나, 기술이 나와도 내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초음속 비행은 연료를 말 그대로 하늘에 들이붓는 수준이라 티켓값이 안드로메다로 갈 텐데, 요즘 국제 원유 시장 돌아가는 판도를 보면 기름값이 더 오를 것 같아 벌써부터 쓰라리다. 기술이 나와도 난 그냥 이코노미 타고 11시간 버텨야지 그럼그럼.
여튼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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