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PI 로그파일 #006] 심시티의 추억, 그리고 드디어 현실로 다가오는 SMR

[2026.06.06] 예전에 어렸을 때 심시티라는 게임이 유행했었다. 그때는 영어도 잘 안 통했고, 공략 가이드 같은 걸 접하기도 쉽지 않았을 때라 도시 계획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막 이것저것 건물만 올렸었다. 왜 내 도시는 항상 발전하지 않고 재정 적자가 나는지 고민하다가, 결국 치트키 써서 이미 완성된 도시로 시작해 토네이도나 UFO 같은 자연재해를 퍼부으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기억나는 것 중 하나가 다양한 발전소들이었다. 풍력, 석탄, 석유, 가스, 핵발전…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여튼 그 어린 마음에도 “핵발전이 최고지!”라고 생각했었다. 치트키 쓰고 핵발전소만 맵 가득 잔뜩 지어놓고 혼자 든든해하곤 했다. (그러다 관리 부실로 순식간에 방사능☢️ 재앙 도시가 된 건 안비밀! ㅋㅋ)

여튼 그렇게 시간이 지나 대학에 갔고, 원래 항공공학 쪽이었지만 중간에 핵공학에 잠시 꽂혀서 전공을 바꾸려고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하필 그때 미국 정부의 반원자로 정책 기조 때문에 핵공학 분야의 재정 지원이 뚝 끊기던 시기라, 자칫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 같아 그냥 하던 거 마저 하고 졸업했다. (그래도 그쪽 전공 수업을 3개나 들었었다는…😅)

당시 두 분야 모두에 관심이 있던 내가 항상 했던 생각이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를 엄청 작게 소형화시킬 수는 없을까?”, “핵추진 잠수함이랑 항공모함은 이미 굴러다니는데, 왜 핵추진 우주탐사선은 안 만드는 거지?” 같은 공상들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꽤 흐른 지금, 그 자잘한 상상들이 하나씩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걸 보면 묘하게 신기하다.

요즘 테크 판에서 가장 핫한 AI 데이터 센터, 양자 컴퓨터, 전기차(EV),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이 모든 첨단 기술들이 공통적으로 갈구하는 절대적인 자원이 바로 ‘에너지’, 즉 전기다. 빅테크들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고자, 내가 예전에 상상했던 소형 모듈 원자로, 즉 SMR(Small Modular Reactor)이 드디어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며 시장의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대형 원전과 SMR의 가장 큰 차이는 결국 ‘스케일’과 ‘안전성’이다. 대형 원전은 한 번 지으려면 부지 선정부터 건설까지 10년이 넘게 걸리고 사고라도 나면 재앙이지만, SMR은 공장에서 부품을 모듈 형태로 찍어낸 뒤 트럭이나 기차로 실어 와서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끝이다. 게다가 거대한 냉각수 펌프를 돌리지 않아도 자연 대류 현상만으로 원자로를 식힐 수 있도록 설계된 ‘피동형 안전 시스템'(Passive Safety System) 덕분에 노심 멜트다운 같은 대참사로부터 구조적으로 훨씬 안전하다.

지금 개발 중인 SMR 패러다임을 둘러보면 종류도 제법 다양하다. 기존 원전처럼 물을 냉각재로 쓰는 가압경수로(PWR) 타입을 작게 만든 뉴스케일(NuScale) 같은 녀석들이 가장 앞서가고 있고, 물 대신 액체 나트륨을 쓰는 나트륨냉각고속로(SFR), 혹은 냉각재가 굳어버릴 염려가 없는 용융염원자로(MSR) 같은 차세대 기술들이 뒤를 잇고 있다. 빌 게이츠가 밀고 있는 테라파워(TerraPower)도 바로 이 나트륨 냉각 방식을 쓰는 Natrium 원자로를 와이오밍주에 짓고 있는 중이다.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전력 인프라의 판도는 분명 바뀔 것 같다. 지금처럼 송전탑을 길게 깔 필요 없이, 엄청난 전기를 필요로 하는 AI 데이터 센터 바로 옆에 SMR 한 대 콕 세워놓고 ‘독립 전력망’을 구축하면 끝이니까. 송전으로 인한 전력 손실도 줄고 인프라 비용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다.

더 재밌는 건, 내가 대학생 때 상상했던 ‘원자력 우주선’도 이제 그냥 공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NASA와 DARPA가 드라코(DRACO)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하면서, 2027년쯤에 실제 핵열추진(NTP) 엔진을 탑재한 우주선을 우주로 쏘아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화성까지 가는 비행시간을 줄이려면 현재 화학 로켓 엔진으로는 부족하기에,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해 추진제를 뿜어내는 방식이 답이라는 걸 그들도 인정한 셈이다. 내 대학 시절 혼자 상상하던 아이디어가 드디어 우주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니…

이런 테크 판의 변화를 보고 있으면 참 묘한 기분이 든다. 나처럼 방구석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상하고 끄적여보는 사람은 세상에 무수히 많을 거다. 다만, 그 황당해 보이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끈질기게 매달리고, 기어코 실제 결과물로 증명해내는 “그들”이 있기에 인류의 기술이 계속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구나 싶다.

옛날 생각 하다 보니 오랜만에 심시티나 다시 깔아볼까 싶다. 근데 이거 윈도우 11에서 호환성 안 깨지고 잘 돌아가려나. 아니면 최근에 새로 나온 버전이 있으려나? 한번 찾아봐야겠다.

기록 저장 완료.
MDPI, Signing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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