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PI 로그파일 #016] 흔해 빠진 모래가 배터리가 된다고?

[2026.06.21] 요즘 테크의 판도를 보면 AI 붐으로 인해 전력 소모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하면서, 정말 다양한 발전 방식과 에너지 솔루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가 이전 포스팅들에서 소개했던 몇 가지 메이저한 기술들도 있지만, 그 외에도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기발한 방식의 솔루션들도 요즘 참 많이 접한다. 수소를 사용해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수소 연료 발전소, 인공 번개의 메커니즘을 모방해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초고전압 유도 발전, 저번에 포스팅했던 바닷물과 민물의 염분 농도 차이를 이용한 염분차 발전(Osmotic Power)까지. 세상엔 참 똑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이러한 발전 기술에 비례해 동시다발적으로 주류를 형성하며 발전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한 ‘배터리(ESS)’ 기술이다. 이미 유명한 리튬이온 계열을 제외하고 내가 대략 기억나는 것만 나열해 봐도 나트륨(소디움) 배터리, 알루미늄 배터리, 철이 산화되는 과정을 쓰는 철-공기(Iron-air) 배터리, 액체금속 배터리, 심지어 물리적인 위치 에너지를 쓰는 중력 배터리까지 온갖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허나 오늘 읽어본 기사에서는 내가 처음 접한 새로운 이름이 있어 한번 소개해볼까 한다. 그 이름도 직관적인 ‘모래 배터리(Sand Battery)’다.

기사를 보니 핀란드의 ‘폴라 나이트 에너지(Polar Night Energy)’라는 스타트업이 핀란드 포르나이넨(Pornainen)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모래 배터리를 구축해 가동한 지 벌써 1년이 좀 넘었다고 한다. 이게 이름은 모래 배터리인데, 실제 공학적인 속을 들여다보면 높이 13m에 너비 15m짜리 거대한 사일로(강철 통) 안에다가 으깬 각섬석(Crushed Soapstone)이라는 암석 가루를 무려 2,000톤이나 가득 채워 넣은 구조다. (모래 배터리, 정말 정직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핀란드 현지 벽난로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재활용한 건데, 이 돌가루가 열을 머금고 유지하는 비열 능력이 엄청나게 탁월하다고 하더라.

작동하는 원리 자체는 공학적으로 매우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가 막 돌 때, 전기가 남아돌면 그 잉여 전력으로 이 통 안의 바위 가루들을 초고온의 ‘열에너지’로 바꿔서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저장해 두는 거다. 그러다 전력이 부족하거나 추운 겨울이 오면 이 저장된 열을 뜨거운 공기나 증기로 빼내서 지역 난방 시스템에 온수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애초에 이걸 왜 개발했나 보니,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가 가진 고질적인 약점인 ‘간헐성(해가 안 뜨거나 바람이 안 불면 전기를 못 만드는 문제)’ 때문이라고 써있었다. 일반 배터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결국에는 전기가 남아돌아 버려질 때 버리지 말고 열로 꽉 잡아두자는 거대한 완충 장치(Buffer) 개념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1년 동안 실제로 굴려본 성과를 보니 비즈니스 모델로서도 꽤 쏠쏠한 것 같다. 전력 단가가 가장 저렴한 마이너스 가격대나 새벽 시간에만 골라서 집열을 하는 구조이다 보니, 평균 시장 가격보다 무려 70~80%나 싼 비용으로 에너지를 확보했고, 어떤 달에는 90%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걸로 겨울철 지역 난방을 돌리니까 해당 지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0%나 줄었고, 난방 공급 안정성도 거의 100%를 찍었다고 하니 성능 자체는 확실히 팩트로 증명된 셈이다.

다만 내가 볼 때 한계도 아주 명확해 보인다. 열에서 열로의 저장 효율은 85% 이상으로 꽤 훌륭하지만, 이걸 다시 전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효율이 뚝 떨어진다. 다시 말해, 전력망에 전기를 다시 공급하기보다는 대규모 지역 난방 시스템이나 다량의 열 프로세스가 필요한 특정 산업 공정(화학, 섬유 등)에만 딱 특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 한국에서 유행했던 태양열(광 아니고) 느낌하고 유사하다 보면 될 듯싶다.

현재는 이 핀란드 작은 마을에서 여름에는 한 달 치, 겨울에는 대략 일주일 치의 난방을 감당하는 수준인데, 앞으로 더 큰 대도시나 복잡하고 밀집된 에너지 네트워크에도 확장할 수 있을지 스케일업 단계를 시험할 예정이라고 하니 지켜볼 만한 기술이라 생각된다.

나도 현업에 있으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기술의 대단한 돌파구는 때로는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아주 의외의 흔하고 투박한 것들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우리 주변의 흔한 ‘물’을 청정 에너지원으로 써보자며 수소 에너지를 파고드는 발상과 같이, 이번 모래 배터리 또한 가장 흔하고 값싼 소재를 재해석한 훌륭한 부류가 아닐까?

물론 메커니즘 특성상 이 기술이 인류의 주 전력원이나 주 에너지원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그렇듯 각각의 스펙과 환경에 맞는 장단점이 있는 법이고, 이런 ‘열 저장 스타일’의 배터리 또한 그 효율을 온전히 빛을 발할 구간이 분명히 존재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주변의 당연해 보이고 흔한 것들을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비틀어 보는 창의성이란 엔지니어로서는 선망의 대상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ㅋㅋ)

그나저나 요즘 내가 있는 이 지역이 원래 이 시즌에 이랬나 싶을 정도로 비가 자주 온다. 덥고 푹푹 찌는 습한 날씨보다는 그냥 시원하게 쏟아붓는 게 훨씬 좋긴 한데…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비가 이렇게 열심히 쏟아붓고 나면, 마당에서 아주 기쁜 마음으로(?) 무럭무럭 초고속 성장하시는 잔디님들… 그 덕분에 이번 주말에는 반 강제적으로 땀을 좀 빼며 잔디 좀 밀어야겠다 싶다. 흐어흐어…

흠… 적당히 한 2인치 정도 높이로 자라다가 알아서 성장을 멈추는 잔디 품종 같은 건 안 나오나?

오? 이거 나름 괜찮은 개발 아이디어인가? 띵~! 💡

기록 저장 완료.
MDPI, Signing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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