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9] 여러분은 여름이 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 해수욕장? 여름휴가? 시원한 수박? 따가운 햇살? 다 정답이다. 하지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불청객이 있었으니… 바로 모기님이시다. 특히 후덥지근한 날이면 어김없이 위이이잉~ 하고 귀가를 맴도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여기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유독 모기에 더 잘 물리는 사람이 있다던데, 그게 바로 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당뇨도 아닌데 내 피가 그렇게 달달한가? 여튼, 참 거추장스러운 존재임은 틀림없다. 근데 이 녀석들의 진짜 심각한 문제는 내 피를 빨아가고 지독한 간지러움을 남기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온갖 치명적인 ‘질병 셔틀’을 참 잘한다.
어렸을 적부터 곤충의 정교함에 매료되어 있던 터라 은근히 곤충에대한 잡지식이 많은데, 모기의 생애 주기를 보면 왜 이 녀석들이 최고의 질병 매개체인지 답이 나온다. 알에서 장구벌레,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 데 고작 1~2주밖에 안 걸릴 정도로 번식력이 무시무시하다. 게다가 산란기에 접어든 암컷 모기는 알을 키우기 위한 단백질을 얻으려고 필사적으로 피를 빠는데, 이때 모기의 타액을 통해 온갖 바이러스가 혈관으로 다이렉트로 꽂힌다.
전 세계 통계를 보면 모기는 매년 7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지구상에서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 1위다.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황열병,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그리고 말라리아까지. 웬만한 독사나 상어와는 비교도 안 되는 파괴적인 스탯을 가진 게 바로 이 작은 곤충이다.
그런데 폰으로 뉴스를 보다가 눈이 가는 기사를 하나 접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Alphabet) 산하의 라이프 사이언스 기업 ‘베릴리(Verily)’가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특이한 신청서를 냈다. 미국 플로리다랑 캘리포니아 지역에 번식이 불가능하도록 조작된 수컷 모기를 무려 3200만 마리나 방생하겠다는 계획이다. (2년간 총 6400만 마리 규모다.) 언뜻 들으면 “안 그래도 모기 때문에 짜증 나는데 3200만 마리를 더 풀겠다고?” 하며 아포칼립스 영화의 시작처럼 들리겠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꽤 정밀한 엔지니어링이다.
베릴리의 ‘디버그(Debug) 프로젝트’가 (작명 센스 최고다)타깃으로 삼은 건 주거지에 주로 서식하며 질병을 옮기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와 빨간집모기(Culex) 딱 2종이다. 원리는 이렇다. 자연계에 흔히 존재하는 ‘볼바키아(Wolbachia)’라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들을 연구소에서 대량으로 키워낸다. 이 감염된 수컷들이 야생의 암컷들과 짝짓기를 하면, 세포질 불일치 현상 때문에 암컷이 알을 낳아도 그 알들이 전부 부화하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게다가 인간을 물고 피를 빠는 건 ‘암컷’뿐이고 수컷은 과즙만 먹고 살기 때문에, 3200만 마리를 풀어도 인간이 더 물릴 일은 없다.
이미 이 기술은 여러 곳에서 시범 테스트를 거쳤다. 캘리포니아 프레스노 카운티에서는 최대 95%, 싱가포르에서는 80~90%의 흡혈 암컷 모기 억제 효과를 기록했고, 뎅기열 발병률도 70% 이상 뚝 떨어졌다고 한다. 화학 살충제에 면역이 생긴 슈퍼 모기들을 잡기에는 아주 영리한 생물학적 “디버깅”인 셈이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환호하고 있다. 살충제를 무차별적으로 뿌려 대는 것보다 특정 타깃 종만 저격하니 생태계 오염도 적고, 수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진영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환경 단체들은 “일개 빅테크 기업이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이렇게 대규모로 주무르는 게 맞냐”며 우려한다. 아무리 해로운 모기라지만 특정 종이 한 지역에서 급감했을 때 먹이사슬 윗방향에 있는 다른 곤충이나 새들에게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완벽히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공청회나 대중의 합의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더라.
내 개인적인 생각을 얹어보자면, 나는 이 프로젝트에 찬성, 찬성, 그리고 또 찬성이다.
왜냐하면 나는 예전에 탄자니아에 갔을 때 실제로 말라리아에 걸려봤기 때문이다. 고열과 오한으로 온몸이 떨리던 그때, 나는 약을 빠르게 구할 수 있는 형편이라 금방 털고 일어났지만, 당시 현지에서 마주한 현실은 참 씁쓸했다. 우리에게는 고작 커피 몇 잔 값밖에 안 되는 치료약인데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현지 사람들에게는 그 약값이 너무 비싸서 그냥 맨몸으로 앓으며 버텨내더라. 타이밍을 놓쳐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무력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 비극을 가까이에서 경험해 본 입장이라, 모기 개체수를 줄여 질병을 막겠다는 기술에 격하게 마음이 쏠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냉정한 시선으로 돌아와 보면, 반대파들의 우려 역시 마음 한구석에 무겁게 남는다. 자연의 균형이라는 건 잔인할 정도로 정교해서, 당장 눈앞의 버그를 고치겠다고 코드 한 줄을 건드렸다가 시스템 전체가 다운되는 부작용이 나중에 어떤 기괴한 모습으로 튀어나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 인류를 구원할 신의 한 수인가, 아니면 판도라의 상자인가.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질문이다.
이런 토픽을 놓고 논쟁하는 사람들의 대화를 읽다 보면, 결국 세상에 ‘절대적인 정답’이란 없고 항상 최선과 최악 사이에서 저울질해야 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의 연속인 건가 싶다. 만약 절대 정답이 없다면, 절대 오답도 없으려나?
여튼 오늘 밤은 이 작고 귀찮은 모기 녀석 덕분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불 끄고 누워야겠다.
오늘은 제발 물리지 않기를 바라며.
위이이잉 (찰싹!) ✋🦟
기록 저장 완료.
MDPI, Signing 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