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PI 로그파일 #005] 파트 그리려다 든 생각, 양자 컴퓨터는 아직 에니악 시절이다?

[2026.06.05] “프칙~!” 어렸을 적부터 즐겨 마시던 Snapple 복숭아맛을 따면서 오랜만에 내 책상에 앉았다. 요즘은 소파에서 태블릿 PC로 웬만한 건 다 처리할 수 있어서 은근히 책상에 앉을 이유가 적어졌다. 오늘은 집에서 프린트해서 쓸 파트를 좀 그리려고 자리를 잡았다.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 열고 할 일 하면 되는 그런 흐름이었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어느새 윈도우 알림에 뜬 테크 기사를 읽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요즘 테크 포럼이고 뉴스고 보면 양자 컴퓨터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존 슈퍼컴퓨터로 만 년 걸릴 계산을 몇 초 만에 끝낸다”라던지, 주식 리포트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전 세계 암호 체계가 다 깨질 것처럼 공포 마케팅을 하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작동 방식 자체가 저세상 테크인 건 맞다. 우리가 매일 쓰는 컴퓨터는 0 아니면 1,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비트(Bit)’ 단위로 일한다. 반면 양자 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중첩(Superposition)과 얽힘(Entanglement) 현상을 이용한 ‘큐비트(Qubit)’를 쓴다. 쉽게 비유하면, 기존 컴퓨터는 미로를 찾을 때 길 하나하나를 다 직접 가보며 확인하는 거고, 양자 컴퓨터는 모든 길을 동시에 탐색하면서 단번에 출구를 찾아내는 식이라고 하면 조금 더 이해가 쉬우려나? 여튼, 연산의 차원 자체가 다른 건 팩트다.

지금 판의 선두주자들을 보면 IBM이나 구글 같은 빅테크들이 초전도 방식을 내세우며 제일 앞서나가고 있고, 그 뒤를 이온 트랩이나 광학 방식을 쓰는 스타트업들이 바짝 쫓고 있다. 저마다 본인들 기술이 미래의 표준이라거나 큐비트 숫자 늘렸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봤을 거다.

근데 내가 보기엔 지금의 양자 컴퓨터는 거대한 모순 덩어리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라고 하면서도 양자 컴퓨터 관련 주식은 연신 들여다보고 있다 하하;;)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스마트하고 힙한 초미래형 디바이스와는 아직까지는 거리가 좀 멀기 때문이다.

예상했을 수도 있겠지만, 먼저 전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다. 양자 상태를 유지하려면 우주 공간보다 더 추운 절대영도(0K)에 가깝게 온도를 낮춰야 하는데, 이 거대한 희석 냉동기를 24시간 내내 돌리는 데 들어가는 전기와 인프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요즘 AI 데이터 센터가 전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고 다들 걱정하지만, 양자 컴퓨터도 그 뒤편에서 야금야금 엄청난 전력을 먹어치우고 있다.

게다가 진짜 치명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계산 오류(에러)가 너무 많다는 거다. 양자라는 녀석들이 워낙 유리멘탈이라 주변의 미세한 진동, 온도 변화, 심지어 전자기파 같은 작은 노이즈에도 서로 엉켜서 툭 깨져버린다. 기껏 엄청난 속도로 계산을 돌려봤자 결과값에 에러가 잔뜩 섞여 나온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금 엔지니어들이 밤새워 디버깅하는 가장 큰 벽도 이 ‘양자 에러 보정’ 기술이다. 제대로 된 계산 결과 하나를 얻으려면 에러 잡기 위한 보조 큐비트 수천 개가 진짜 큐비트 하나를 호위해야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겉으로는 대단한 계산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완벽하게 믿을 수 없는 불완전한 정답지인 셈이다.

덩치는 또 얼마나 큰지, 지금 IBM 연구소에 있는 걸 보면 무슨 거대한 샹들리에 같은 냉동기 장비들이 방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

근데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왠지 눈에 익은 느낌이 든다. 1940년대 인류 최초의 컴퓨터라 불렸던 ‘에니악(ENIAC)’의 흑백 사진이 자꾸 겹쳐 보이는 거다. 그 시절 에니악도 수만 개의 진공관을 꽂아 넣느라 집 한 채만 한 덩치였고, 전기를 너무 무지막지하게 흡입해서 필라델피아 도시 불빛이 깜빡거렸다는 괴담이 돌 정도였으니까. 잦은 진공관 고장으로 엔지니어들이 맨날 벌레(Bug) 잡으러 다녔던 일화도 있고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아주 어릴 적 초등학교에서 그렸던 ‘미래 상상화’가 생각났다. 물속을 다니는 자동차, 우주 도시, 화상통화, 손목에 차는 텔레비전 같은 걸 크레파스로 그리면서 ‘이런 게 진짜 나올까?’ 했었을 그 시절 말이다. 그때 상상했던 것들 중 많은 게 현실이 되었고, 지금 내 손바닥 위에 있는 스마트폰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이 방 한 칸짜리 거대한 양자 컴퓨터도 언젠가는 소형화가 될까? 에니악의 진공관이 트랜지스터로 진화하면서 건물형 컴퓨터가 주머니 속으로 들어왔듯이, 양자 컴퓨터의 냉동기 시스템을 대체할 상온 양자 제어 기술이 나올지도 모른다. 에너지원도 지금의 전력망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 결합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렇게 손바닥만 한 양자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미래가 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으려나. 모르겠다. 일단 지금은 먼 미래의 일이니 나중에 생각하고, 아까 그리려던 파트나 그려보자.

기록 저장 완료.

MDPI, Signing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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