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2] 자려고 누워서 별 생각 없이 침대 머리맡에 둔 핸드폰을 켰다. 대충 뉴스나 훑어보고 눈 붙이려는데, 테크스팟(TechSpot) 기사 제목 하나가 눈에 걸렸다. 캘리포니아에서 3D 프린터 제조사들에게 기기 자체에 ‘총기 제작 방지 소프트웨어’를 의무적으로 탑재하게 하는 법안(AB 2047)을 통과시켰단다. 2029년부터 이거 안 넣으면 판매 금지에 건당 벌금이 최대 2만 5천 달러라고.
침대에 누운 채로 화면을 내리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거였다. ‘이 법안 밀고 있는 의원들 중에 몇이나 3D 프린터 노즐 한 번이라도 뚫어봤을까, 슬라이싱 프로그램 한 번이라도 돌려봤을까?’
취지는 이해한다. 근데 현실성은 좀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첫째로, 진짜 나쁜 짓을 하려는 사람이 굳이 3D 프린팅을 선택할까 하는 의문이다. 여기는 미국이다. 레벨링 맞추고 필라멘트 고르고 서포터 설정하는 수고를 들이는 것보다 불법 암시장에서 완제품 구하는 게 훨씬 빠르고 간단하다. 백번 양보해서 실제로 프린트된 총기가 사용된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니까 (최근에 그런 사건이 있긴 했으니까),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임팩트를 따졌을 때 (물론 단 한 명이라도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전제 하에) Semi-Auto 불법 개조 파트나 불법 유통 경로를 막는 게 더 효과적인 접근 아닐까 싶다.
둘째로, 이게 기술적으로 가능한 검열인지도 솔직히 의문이다. 나도 업무로 파트 도면 좀 그려봤고 취미로도 프린터를 달고 사는 입장에서 보면, 3D 프린터에 통째로 파일을 넣으면 총이 뚝딱 나오는 구조가 아니다. 특히 탄환의 내부 폭발을 견뎌야 하는 부품 같은 경우는 더더욱 부품별로 쪼개서 출력한 다음 다른 구매 파트와 조립하는 식일 텐데, 트리거나 단순한 고정 핀 같은 조각들을 AI 알고리즘이 일반 기계 부품과 어떻게 구별해 낸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치수나 외형을 살짝 비틀면 필터는 뚫릴 거고, 결국 엄한 오픈소스 펌웨어나 Klipper 같은 커스텀 시스템만 규제에 묶이는 그림이 될 것 같다.
총기 소지에 대해 딱히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헌법적 권리와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니까. 다만 기술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DIY 생태계 전체를 어정쩡하게 옥죄는 방식은 좀 아쉽다. 비판하는 측에서 ‘검열웨어(Censorware)’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가 100% 이해가 간다. 이럴 때 보면 내가 캘리포니아에 안 살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 살았으면 멀쩡한 내 프린터로 원통 샤프트 뽑다가 락 걸리는 꼴을 봤을 테니. 😅
그나저나… 음… 갑자기 주변이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아 이런… 또 전기 나간 건가…텍사스는 왜 이렇게 까딱하면 전기가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지 모르겠다. 툭하면 정전이다. 에어컨 멈추니까 벌써 서서히 더워지려 한다. 핸드폰 배터리 아껴야 하니 얼른 다시 자보도록 하겠다. 그나저나 내 휴대용 배터리 어디다 뒀더라…
(강제) 시스템 다운 중.
MDPI, Signing off.